새 계절 앞에서
2024. 9. 5.

 

 

 

01

9월 1일 일요일의 일기

새 계절 앞에서

 

 언플러그드에 갔다 허정혁 님의 공연을 보려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으로 보낸 지지부진한 날들 속에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 나의 봉오리 시절에 대한 회상 우리는 발화할 수 있을까 계절따라 방황하던 시절 계절은 그렇게 시절이 되었네 

 쓰다 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랑해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나의 그림자를 안아주세요라고 노래할 때 작은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만가지의 저런 일들과 이런 일들 그 중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이름모를 누군가에게도 도움을 받고 또 때로는 박수를 받는 짜릿함이란 무엇일까 ... 사랑하는 이의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걸 다 주고픈 마음이 들어서 자장가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전 라디오에서 들은 시를 다시 찾아 읽었다

 

자장가는 왜 이리 슬플까 / 그건 꿈에서 왔기 때문이지 / 이루지 못한 꿈 /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전생에서 오는 것 / 세상이란 슬픈 곳이며 /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 태어나기 전부터 알기 때문이지 /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태반에서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 / 바늘이 운명의 표면을 긁을 때 나는 소리 / 하늘의 별도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소멸한다지 /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 정철훈)

 

슬프지 않은 자장가를 불러줘

이루지 못한 꿈도 희망이라면

 

 

 

 

 

 

악몽

나는 언덕에 뿌리내린 나무반듯함은 성립 불가의 명제더는 잎이 자랄 수 없게 된그늘이 되지 못한 그림자몸무게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해서모처럼 모서리가 무거워질 때기울이는 일에 골몰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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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악몽

 

나는 언덕에 뿌리내린 나무

반듯함은 성립 불가의 명제

더는 잎이 자랄 수 없게 된

그늘이 되지 못한 그림자

몸무게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해서

모처럼 모서리가 무거워질 때

기울이는 일에 골몰하느라

언덕은 무덤이 된 줄도 모르고

 

 

 

 

 

 

 

 

노랑

문학동네시인선 184 고명재 시집   노랑  루드베키아라는 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노란 꽃인데요 노랑은 독주를 넘길 때 목젖을 치는 모든 술들의 지느러미 색입니다  흔들어둔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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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팟캐스트 시시알콜 262화

 

제가 본 건 품새였어요 어쩌다 하루는 비인기 종목만 보게 됐어요 근데 그 모든 스포츠인들은 하나같이 메달과도 상관없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희 종목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희 가라테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지켜봐주세요 그 저희 종목을 사랑해달라는 말이 이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자신의 성취보다 종목에 대한 사랑이 앞지르는 것 저게 진짜 사랑의 형태다 ...

 

 

 

 

 

 

 

 

 

 

 

03

9월 2일 월요일의 일기

소리없이 성냥을 켜는 법을 알아요 곁은 그런 것

 

 팟캐스트 시시알콜을 들으며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늦은 밤이면 작동하지 않는 신호등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참 이상하지 어두운 때일수록 빛을 내야 하는 게 신호등의 역할이고 쓸모일텐데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명재 시인의 사랑시가 좋다 꽃이 피든 안 피든 사랑하여서 시가 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불 꺼진 신호등이 보내는 환대를 받아들였다 산책은 생각이 다른 길로 가기에 좋다는 말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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