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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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을 스스로 지어야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의 외자 이름

본명을 별명처럼 쓰면서 호명의 순간을 기다리는

 

외자는 단순히 한 글자를 의미하는데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결핍을 머금은 단어 같아서 좋아요

꿈이나 시나 생 같은 단어 또한

 

외자입니다

나의 이름을 말할 때

덧붙이는 수고로움이 좋아요

 

부재가 존재를 상기시키는 아이러니

한 글자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주문

 

이미 사용 중인 닉네임입니다

중복이 허용되지 않는 세계

하긴 이름이 없다면 무엇으로 우릴 구분할 수 있겠어

 

모두가 거짓말을 해도 되는 곳에선

오히려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모두가 거짓을 말하는 곳이라면

제 발로 찾아가고 말 테야

내가 전하고 싶은 건

가장 진실한 거짓말

 

웃으면서 들어줘요

금방 잊어버려주세요

 

생은 적응의 연속

거짓말을 덮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

지금도 나는 막 거짓의 거짓으로 참에 가까워지려는 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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