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르페지오는 아픈 손가락
어제의 선율이 오늘의 감각이 될 때
나는 같은 손으로 건반 치듯 타이핑을 한다
오늘 할 일 네이밍 이름 짓기 익숙한 불협화음
쓸 말은 없고 써야 할 말만 있어서 말없이 생각한다
실명을 가명처럼 썼던 편지를 떠올린다 닉네임을 입력하세요 정수
02
진실된 글을 적고 싶을 때일수록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 못된 버릇이 있다
어제는 왜 불어나는 거짓말에 대한 꿈을 꾸었을까
갑자기
살아가는 일이 거짓말 같아
거짓말 같은 적응의 연속
계속해서 지어내야만 하는 어떤 이름들처럼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수반한다
00
안희연 시인의 시집 <당근밭 걷기>를 펼치며 시작한 수요일이었다. 수요일을 'hump day'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한 주의 고비라는 뜻에서 비롯된 말.
시집을 덮고 나서는 안희연 시인이 지난 주, 시인선 뉴스레터 '우시사'에 쓴 편지 <울 일이 있는 당신에게>를 읽었다.
당신의 마음은 얼마나 낯선 험지를 헤매고 있을까
아침에 읽은 시 중 가장 오래 마음이 머문 시 한 편을 옮겨 적었다.
낯선 험지 혹은 익숙한 hump day를 지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물고기가 파도에 지치면 어떻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