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결이 나지 않은 콘텐츠는 잘 안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나는 미완의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졌다.
얼마 전부터 <모자무싸>를 보기 시작했다.
하루에 딱 한 편 잠들기 전에 본다.
보고 있으면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게 휘몰아치는데
마음은 태풍의 눈이라도 된 듯 이상하게 평온하다.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많은 울림을 품을 수 있나 하며
경이에 찬 눈을 감는다.

2
내 눈 속의 팔레트에는
시간을 칠하는 검은색과
검은색을 구별하게 해주는 검지 않은 색들이
검은 돌과
검지 않은 돌이
모눈 위에 번갈아 놓이듯
밤과 낮은 정중하게 차례를 지키며 찾아오고
슬픔과
슬픔의 테두리를 구별하게 해주는
슬프지 않은 시간
유리를 타고 미끄러지는 빗방울처럼
유리에 부딪쳐 깨어지는 거리의 전조등처럼
그것이 바깥이 아니라
투명한
벽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불투명한 입김처럼
빛의 테두리가 지워진 시간
나도 구별을 짓기 위해 어둠 속으로 두 손을 마중 보낸다
내게서
한발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 손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웅크린 시간을 하염없이 쓰다듬다 만지게 되는
반려동물의 울퉁불퉁한 등뼈처럼
만져볼 수 있다면
단단하고 뭉툭한 무언가를
어두운 방 안에서 벽을 더듬어가는 사람이 이윽고
차가운 문고리를 움켜쥘 수 있다면
차례를 돌려받아
환한 아침을 놓으려는 손이 있다면
슬픔을 끝내기 위해
슬픔 다음에 올 것을 오래 생각하는 시간
열리는 문 앞에서
문고리를
흰 돌처럼 쥐고서
-
조온윤, 「검은 돌 흰 돌의 시간」 (『햇볕 쬐기』)
3
모허 - 깊고 어두운 곳에서
4
차례를 돌려받아
환한 아침을 놓으려는 손이 있다면
슬픔을 끝내기 위해
슬픔 다음에 올 것을 오래 생각하는 시간
열리는 문 앞에서
문고리를
흰 돌처럼 쥐고서
샤이닝
5
무기력해질 땐 작은 일부터 하라는데
작은 일조차 못하겠을 땐 노래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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