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교보문고 구매리뷰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어떤 시간들은 시를 읽으며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진은영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어린 소녀에서 어린 청년으로
아이에서 농민으로
바다에서 지하도로, 혹은 공장으로
너무 푸른 죽음의 잎들
가을인데, 떨어지지 않고 전부 붙어 있다
그렇지만 네가 사는 별,
모든 것이 제때에 지는 법을 배우는 거기에서
얘야, 너의 시인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있겠지?
바람 소리로 귀뚜라미의 은반지로 침묵의 소네트로
예은아 거기서도 들리니? 아빠의 목소리가
“얘들아, 어서 벗자 이건 너희들이 입기엔 너무 사이즈가 큰 슬픔이다”
예은아 거기서도 보이니?
모두에게 제대로 마른 걸 입히려고 진실의 옷을 짓는 엄마가
너와 친구들 얼굴이
맑은 물, 돌들 밑
은빛 물고기처럼 숨어 있다 나타난다
모두 알고 있다 안 보이지만 너희가 거기 있다는 걸
예은아, 진실과 영혼은 너무 가볍구나
거짓됨에 비해,
진실과 영혼은 너무 가볍구나
모시옷처럼
등 뒤에 돋는 날개처럼
양팔 저울의 접시에 고이는 네 눈물
너의 별 쪽으로 더 기울어지려고
광장 위 가을 하늘이 자꾸만 태어났다 쏟아진다
- 천칭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中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그래, 죽은 아이들 얼굴
우수수 떨어졌다
어머니의 심장에, 단 하나의 검은 섬에
- 그러니까 시는 中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어떻게 이런 단어를 골라 이런 문장을 썼을까. 사이즈가 너무 큰 슬픔이다.
예람 - 호흡
언젠가 내가 길을 잃었다 했지
언젠가 내가 숨을 쉴 수 없었지
이젠 다시 그 길을 가려 해
이젠 다시 호흡을 찾으려 해
넌 푸른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모래야
넌 거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나무야
강이 흘러 흘러 바다로 가도 똑같은 물이야
우린 끝이 없는 길을 걸어도 다 다른 길이야
언젠가 내가 길을 잃었다 했지
언젠가 내가 숨을 쉴 수 없었지
이젠 다시 그 길을 가려 해
이젠 다시 호흡을 찾으려 해
넌 푸른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모래야
넌 거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나무야
넌 푸른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모래야
넌 거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나무야
넌 뭐든 너의 길을 가고 뒤돌아보지 마
넌 뭐든 너의 길을 가고 뒤돌아보지 마
추운 이야기를 쓰고 따뜻해지기를 꿈꾼다는 예람님의 노래가 참 좋다.
공연 영상을 매일 찾아본다. 호흡을 맞추고, 숨을 불어넣는 음악을 오래 해주시면 좋겠다.